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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 도입과 전북대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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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 도입과 전북대의 역할
  • 전민일보
  • 승인 2025.03.25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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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 공교육에서 국제 바칼로레아(International Baccalaureate, IB) 프로그램 도입이 이 활발히 이루어지면서, 경쟁 중심의 교육을 대체할 수 있을지를 두고 뜨거운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전북특별자치도의 경우, 초등학교 12개교, 중학교 13개교, 고등학교 6개교 등 총 31개 학교에서 IB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필자는 한국 교육의 질적 향상과 전북만의 특색있는 교육 발전을 위해 IB가 불러온 논쟁이 더욱 치열하게 전개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2036년 하계 올림픽 유치에 나선 전북특별자치도는 미래세대에 필요한 4C 역량(창의성, 소통 능력, 협업 능력, 비판적 사고)을 키워주는 교육 체계를 반드시 갖추어야 한다. 더 이상 과거의 지식을 주입하고 이를 평가하는 낡은 교육 방식에 미래세대를 맡길 수는 없다.

IB 교육과정에는 한국 교육이 주목해야 할 중요한 요소들이 많다. 우선, 서술형·논술형 중심의 절대평가 제도는 경쟁 위주의 상대평가가 초래하는 줄 세우기와 비교 문화를 탈피할 수 있게 한다. 절대평가는 ‘과거의 자신’과 ‘현재의 자신’을 비교하는 성장중심의 평가로, 타인과의 불필요한 경쟁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 이러한 평가 방식은 암기식·주입식 교육이 설 자리를 없애고, 학생 개개인이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구성하고 표현하는 능력을 기를 수 있도록 돕는다. 또한 프로젝트 기반 학습(PBL)을 통해 학생들은 문제를 스스로 정의하고 해결해 나가는 주체적인 학습 역량을 키우게 된다.

IB 교육이 강조하는 다양성과 포용의 가치도 주목할 만하다. IB는 ‘다름’을 ‘틀림’이 아닌 ‘존중’의 대상으로 인식하며, 다양한 문화와 관점을 이해하는 태도를 기른다. 이러한 철학이 교실 안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는 IB 학교에서는 왕따나 학교폭력과 같은 문제가 상대적으로 적고, 이는 현재 한국 사회를 갈라놓고 있는 이념적 갈등을 줄이는 데도 기여할 수 있다.

학생 개개인의 사고력과 문제해결 능력을 평가하는 IB의 시스템은 교육의 형평성을 높이고, 진정한 학습의 본질을 회복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IB 도입에 대한 우려와 해결 과제

그러나 IB 도입에 대한 우려 또한 간과해서는 안 된다. 충분한 사회적 합의와 제도적 준비 없이 서두르는 도입은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한국의 교육 현실과 괴리된 외국 교육 모델의 무분별한 수용은, 본질적 문제를 해결하기 보다 또 다른 갈등을 낳을 수 있다. 특히 현행 수능 중심의 입시체제와 서열화된 대학 구조 속에서 IB 교육이 실제로 작동할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도 존재한다. 사고력과 창의력을 중시하는 IB교육이 긍정적 효과를 내더라도, 입시제도와의 괴리를 해소하지 못하면 오히려 새로운 사교육 시장을 부추길 위험도 있다. 더불어 IBO(국제 바칼로레아 기구)에 지불하는 분담금이 외국 교육을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어, 이에 대한 인식 개선도 필요하다.

IB의 성공적 정착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교사의 역량 강화가 필수적이다. IB 교육의 핵심은 교사의 전문성에 달려 있으며, 이는 자발적 참여와 지속 가능한 동기부여를 기반으로 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IB에 참여하는 교사들에게 실질적인 인센티브가 없어, 이들의 열정에만 의존하는 체제는 지속 가능성이 낮다. 또한, 교사 주도 하에 이루어지는 엄정한 평가 방식이 학부모와 학생에게 어느 정도 수용될 수 있을지도 중요한 관건이다.


전북대학교 역할과 교육혁신

한국 교육이 직면한 문제들은 이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급한 과제이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거점 국립대학이 선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지역 균형발전의 핵심 축인 거점 국립대학이 교육 개혁을 주도하는 것은 책무이며, 이는 IB 교육 확산에도 적용된다.

대학은 입학전형 제도를 통해 IB 교육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확산시킬 수 있다. 이미 ‘수시’제도가 존재하는 만큼, 이를 얼마나 창의적으로 활용할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수시선발 인원의 일정 비율에 대해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폐지하는 방안을 제안한다. 이는 전적으로 대학의 자율에 달린 사안이며, 의대·치의대·약대·수의대 등 인기 학과의 지역인재 전형에도 적용될 수 있다. 실제로 제주대학교는 유사한 제도를 시행 중이다.

‘교육 전북’의 미래는 거점 국립대학인 전북대학교의 역할에 달려 있다. 전북대가 IB 교육을 중심으로 교육 혁신을 이끌어 나간다면, 지역은 물론 대한민국 교육의 새로운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윤영상 전북대학교 교수

※본 칼럼은 <전민일보>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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