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는 늘 선을 넘지', 선을 넘고 경계를 무시하고 새로운 도전을 지속하는 전주국제영화제는 언제나 새로운 표현 방식과 경계가 없는 상상력을 바탕으로 영화라는 예술 장르의 영역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
전주국제영화제는 1일 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올해 행사에 대한 방향과 입장을 밝혔다. 올해 전주국제영화제는 30일 개막식을 시작으로 5월 9일까지 이어지는 국내 대표 독립 영화 축제다.
이번 영화제는 57개국 영화 224편(해외 126편·국내 98편)을 초청했다. 이 가운데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최초로 상영되는 월드 프리미어 영화는 80편에 달한다.
개막작으로 라두 주데 감독의 〈콘티넨탈 '25〉(2025)가 상영된다. 이번 영화는 로베르토 로셀리니의 이탈리아 네오리얼리즘 고전 〈유로파 Europa 51〉(1952)를 기리며 현재의 시점에서 재해석하는 형태를 띤다.
두 영화 모두에서 주인공은 비극적인 사건을 겪은 후 사회의 관습과 모순에 관해 일련의 질문을 하게 된다. 이와 같은 유사성에도 불구하고 두 영화는 많은 부분에서 다르다. 그러나 진정한 예술가들이 늘 그래왔듯이 답을 주기보다 질문을 던지는 영화를 만들어왔다는 점에서 로셀리니와 주데는 공통점을 가진다.
폐막작은 김옥영 감독의 〈기계의 나라에서〉(2025)가 선정됐다. 한국에 들어온 네팔 이주 노동자들에 관한 다큐멘터리 형식의 이 영화는 한국에 거주 중인 세 명(딜립 반떠와, 수닐 딥떠 라이, 지번 커뜨리)의 삶을 밀착해 쫓아다닌다.
영화는 시어(詩語)를 통해 네팔 노동자의 삶을 보여주는 방식으로 관람객에게 신선한 감흥을 선사한다. 시의 언어로 해석하고 치환된 현실은 일반 다큐멘터리 문법의 결과물과는 확연히 다르다.
국제경쟁 섹션에는 총 662편(86개국)이 출품됐고 이 중 △시인의 마음 △율리시스 △사이클 마헤시 △아기천사 △갚아야 할 빚이 너무 많다 △페도르 오제로프의 마지막 노래 △비상 △슈거랜드 △그리고 안개 △저항의 기록 등 10편이 상영된다.
한국경쟁 섹션에는 △3670 △97 혜자, 표류기 △겨울의 빛 △그래도, 사랑해 △무색무취 △생명의 은인 △숨비소리 △아방 △여름의 카메라 △캐리어를 끄는 소녀 등 극영화 9편, 다큐멘터리 1편 등을 선보인다.
개막식은 한국소리문화의전당에서, 폐막식은 전북대학교 삼성문화회관에서 진행된다. 전시프로그램은 팔복예술공장을 비롯해 문화공판장 작당, 완판본문화관, 영화의 거리 등 여러 공간에서 펼쳐진다.
특히 올해는 정책, 산업, 예술로서 영화 업계가 위기에 처한 시기인 만큼 영화제의 초기 정신 '대안'을 찾는 노력의 필요성을 느끼면서 특별전 '가능한 영화를 향하여'를 진행한다.
이번 특별전을 통해 전 세계에서 독립적인 방식으로 영화를 만드는 창작자의 긍정적 대안 사례를 소개할 예정이다. 또 영화제 초기부터 제작·투자를 하는 독특한 모델을 제시한 전주국제영화제가 이번 특별전을 통해 저예산 영화의 창의적 돌파구를 찾아보고자 한다.
우범기 조직위원장은 "전주국제영화제는 전주시민과 영화 애호가들이 보내주신 성원과 사랑 덕분에 이제는 단순한 영화 축제를 넘어 국제 문화 도시 전주의 정체성을 전 세계 알리는 문화외교의 장이 됐다"며 "앞으로도 관객 여러분의 의견에 귀 기울여 더 풍성하고 의미 있는 영화제로 발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민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