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의 단조로운 정치지형 바꿔야
![조배숙 국민의힘 전북도당위원장. [사진=조배숙의원실]](/news/photo/202502/413207_126131_1941.jpeg)
올해 12월 3일 비상계엄 사태 이후 국회에서는 여당인 국민의힘과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극단적 대립이 반복되고 있다. 전통적 야도인 전북에서는 윤대통령에 대한 탄핵 여론이 압도적으로 우세한 상황이며, 전북을 지역구로 한 민주당 의원들이 국회 측을 대표해 탄핵 심판의 전면에 나서고 있다.
갈등이 첨예한 탄핵 정국에서 국민의힘 전북도당위원장인 조배숙 의원은 이 갈등의 중심에 서 있다. 그는 보수단체들과 함께 대통령 탄핵심판 공정성을 촉구하기도 하고, 같은 당 의원들을 이끌고 항의집회에 앞장서는 등 탄핵 반대 세력의 중심에 서 있다.
전북의 단조로운 정치지형 바꿔야
"전북 11번째 지역구 의원이 되겠다"며 국회로 온 조 의원이지만 전북 시민단체들은 조 의원을 내란 선동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어쩌면 5선에 달하는 그의 정치 인생에서 가장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을 조 의원을 만났다.
19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만난 조 의원은 전북에 대한 이야기를 가장 먼저 꺼냈다. “모두가 전북의 위기와 소멸 위기에 대해 말합니다. 다들 이런저런 대책을 내놓지만 사실상 민주당 독점 상태인 전북 정치환경에서는 대응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어요”
조 의원은 전북의 이웃인 충남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충남은 여당과 야당에 고르게 표를 주는 대표적인 ‘스윙 보트’ 지역이죠. 지금 충남의 지역총생산(GRDP)은 전북의 1.8배에 달하고, 경제규모나 인구나 차이가 더 벌어지고 있어요. 민주당의 견제 없는 일당독주가 전북에 정말 도움이 되는지 생각해야 합니다.”
대화 없는 정치, 극단화되는 언어
2001년에 국회에 입성한 5선 의원으로서 현재의 갈등 양상을 유례없는 수준이라고 평가한 그는 "과거에도 갈등은 있었지만 국회의 본 기능으로서 대화와 타협이 살아있었습니다. 대화와 타협, 상대방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문화가 있었죠. 16대 국회에 처음 들어왔을 때 법안 같은 것을 심의할 때 표결이 아니라 미리 조정을 해서 거의 합의를 했었죠. 지금처럼 의석수 대결로 하지 않았어요"라고 회고했다.
정치권의 극단적 대립은 정치 언어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국회에서는 서로를 '극우', '극좌'와 같은 극단적 용어로 매도하는 게 일상이다. 상대 정당을 '척결' 대상으로 규정하는 발언도 심심찮게 들린다.
"전북의 주류 정치인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오로지 '정권심판' 구호에 매몰돼 정권을 비판하기 바쁘고 지역 현안해결 보다는 싸움에 몰두하는 정치인들이 적지 않아요. 전북은 현안사업이 다른 지역과의 경쟁에서 고배를 마셔도 정치권은 이에 대한 반성은커녕 누구 하나 책임지려 하지 않고 있습니다."
국회에서 합의의 정신을 되찾아야
조 의원은 정치권의 극단적 대립이 사회 전반에 미치는 악영향을 우려했다. "상대를 대화와 타협의 대상이 아닌 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일상화됐습니다. 지금은 정치가 너무 삭막해졌어요. 마치 우리가 심리적인 내전 상태에 있는 것 같아요.”
그는 대화와 타협으로 정치적 합의의 모범이 되어야 할 국회 본회의장에서의 소통에 대해서도 안타까움을 표했다. "국민의힘 의원들도 그 지점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않지만, 자신과 다른 의견을 경청한다는 측면에서 야당이 성숙한 태도를 하고 있지 못하고 있어요.”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려는 노력은 찾아보기 어렵고, 서로 상대를 자꾸 이렇게 맨 '극우다', '극좌다' 하면서 매도하죠. 이건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조 의원은 국회의 역할은 표결이 아니라 대화와 타협을 전제로 한 합의라고 강조했다. "상임위 중심으로 운영되어 먼저 상임위에서 합의를 하고 본회의에서는 그걸 이견 없이 통과시켰습니다. 300명이 모든 문제를 다룰 순 없잖아요.”
하지만 지금은 달라졌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제는 여야 간의 합의의 시도나, 상대의 의견을 어떻게 존중하거나 하는 그런 생각이 없어요. 저쪽은 '안 되면 표결로 해요'라고 하죠. 우리는 항상 과반이 넘으니까 다수결로 하자고 하면 답은 뻔하잖아요? 이런 식으로는 안 됩니다.”
"물론 나중에 정 안 되면 표결할 수밖에 없겠죠. 하지만 우리 국회 정치의 역사가 꼭 그렇지는 않았어요. 표결 가기 전에 여야가 협상을 하거든요. 나는 그것야말로 정치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다음 세대를 위한 정치
조 의원은 현재의 정치 문화가 미래에 미칠 영향을 우려했다. "지금 우리가 보여주는 모습이 다음 세대의 정치 문화가 될 수 있어요. 서로의 의견을 편견 없이 들어보고,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성숙한 토론의 장이 되어야 하는데, 지금은 서로 간에 외침, 욕설뿐만 있어요. 내가 왜 이렇게 생각하는지 서로 들어보고 그 점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눠야 하는데, 들으려고 하지를 않지요.”
조 의원은 "정치는 결국 사람을 위한 것"이라며 "극단적 대립이 아닌 대화와 타협을 통해 국민의 삶을 개선하는 것이 정치의 본질"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우리 정치적 갈등의 가장 큰 문제가 "자기들만이 진리를 독점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제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 분들도 계실 거예요. 그런데 볼테르는 '당신의 의견에 동의할 수 없지만, 당신의 말할 권리는 존중하겠다'고 했습니다. 이게 민주주의의 기본이라고 생각합니다.”
서울=이용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