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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들의 이야기를 허하라, 제17회 전북여성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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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들의 이야기를 허하라, 제17회 전북여성영화제 
  • 홍민희 기자
  • 승인 2024.09.02 15: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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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전국 곳곳에서 여성영화제들이 싹을 움트면서 지역별 특색을 담고, 다양한 프리즘으로 여성의 이야기를 은막에 담아내는 시도들이 낯설지 않은 시대가 됐다.

그 중에서도 전북여성영화제는 무려 17년간이나 어려운 환경에서도 지역 내 유일한 여성영화제로서의 정체성을 잃지 않고 발자국을 남기고 있는 소중한 축제다.

이번 17회 전북여성영화제 희허락락은 오는 5일부터 7일까지 사흘간 메가박스 전주 객사점에서 전 영화가 상영된다. 무려 무료로 볼 수 있다. 

'어디에 있든' 결국 발 붙인 곳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은막으로 이끌어 내고 있는 전북여성영화제의 이야기를 김형선 전북여성연합 사무국장에게서 들어봤다. /편집자주

전북여성영화제가 벌써 17살을 맞이했습니다. 17년이라는 시간 동안 영화라는 수단으로 여성들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전북여성단체연합은 어떤 곳인가요?

김형선) 전북여성단체연합은 1988년 2월 전북민주여성회라는 이름으로 첫 시작을 알렸습니다.

그 후 1993년, 전북여성운동연합 그리고 전북여성단체연합으로까지 변화를 거쳐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요구들을 담아낼 수 있도록 전북 여성들의 꿈과 희망을 담는 노력과 열정적인 활동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특히, 전북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8개의 진보적 여성단체들로 구성돼 있어 지역발전과 여성의 권익향상을 위한 여성인권 지원사업, 여성정책개발사업 등 다양한 활동들을 전개해오고 있습니다.

회원단체로는 군산여성의전화, 익산여성의전화, 전북여성장애인연대, 전주여성의전화, 전국여성노동조합전북지부 전북여성인권지원센터, 전북여성연구회, 전북여성노동자회가 있습니다.

여성 운동의 다양한 방법 중에서도 영화라는 수단을 선택하신 이유가 있으실까요?

김형선) 1995년 여성발전 기본법에 근거를 두고 제정된 여성주간은 여성평등을 실현하기 위해 1996년부터 시행돼 올해로 28년을 맞이했네요.

전북여성단체연합에서는 여성 주간을 맞아 1996년부터 '전북여성 한마당'이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행사를 진행헤 왔습니다.

2007년부터는 '여성영상문화제'란 이름으로 여성 중심 서사를 가진 영화를 상영하기 시작해 2013년부터 '여성영화제 희허락락'이라는 이름으로 행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영화라는 매체가 2시간 이내에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는 힘이 있는 종합 예술이라서 선택을 하지 않았나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전국에 여성영화제가 꽤 많은데요, 그런 다양한 선택지 중에서 전북여성영화제를 선택해야 하는 강점은 뭐라고 생각하세요?

김형선) 서울, 인천,제주, 광주 제주지역에서 여성영화제를 개최하고 있는데요. 멀리가지 않고 전주에서 각 지역 여성영화제에서 주목받고 있는 여성 감독들이 만든 여성 영화를 모아서 볼 수 있는 자리입니다.

또한 모든 영화를 무료로 상영을 합니다. 모든 회차의 영화가 끝난후 GV를 통해서 감독들과 만남을 가진다는 것이 전북여성영화제의 가장 큰 장점이지 않나 생각합니다.

어느덧 17회차를 맞이하는 전북여성영화제가 올해 던진 화두는 어떤 이야기 인가요?

김형선)올해는 '전북여성영화제 준비위원회'를 처음으로 꾸려 영화제를 준비했습니다.

숱한 만남과 회의 끝에 결정된 올해 전북여성영화제 희허락락의 주제는 '어디에 있든 나는' 입니다.

공간을 중심으로 자기의 색깔을 지키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들 위주로 준비했고, 정말 다양한 사연들이 영화 곳곳에 등장합니다.

소통을 위해 노력하고 불안한 상황에서 탐험하고 모두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꿈꾸는 진취적인 여성들과 만날 수 있는데요.

전북여성영화제를 찾아오는 모든 관객들이 여성에 대한 백래쉬와 폭력이 난무하는 사회에서 어디에 있든 지치지 않고 서로의 바람이 돼서 편안하고 안전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힘을 얻는 시간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영화에 담았습니다.

매년 영화제 포스터도 인상적인 디자인으로 사람들의 눈길을 끄는 걸로 유명한데요, 올해는 등돌린 여성을 메인으로 둔 이유가 궁금합니다. 

김형선) 남원에서 독립책방 겸 페미니즘 문화지구인 '살롱드마고' 운영진들이 이번 포스터 작업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해주셨습니다.
그래픽 디자인과 실크스크린/미술 워크숍 등을 담당하며 그간 '농촌 게릴라 걸스 공동체 전격 해부전', '광주 반성매매 인권전시' 등을 기획하고 참여한 바 있는 협동조합 마고는 주거 불안에 시달리며 정박하지 못하는 삶, 외부의 조건에 휘둘리는 상황 등을 겪어오던 차에 올해 전북여성영화제가 '공간'을 주제로 열린다는 것에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합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공간이 열악하고 낙후될수록 다른 공간을 상상하고 얘기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지를 다지게 됩니다.

이번 전북여성영화제가 안전하고 평화로운 공간을 찾아 나선 여성들이 서로가 서로를 초대하고 환대해 주는 자리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포스터를 작업한 이들은 이 짧은 컷 안에서 무너질 듯 아슬아슬한 공간을 벗어나 '어디에 있든' 불안하지도 다치지도 않는 둥지를 함께 상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담아주셨습니다. 

올해 개막작은 박정미 감독의 '담요를 입은 사람'을 선정하셨는데, 선정 이유가 궁금합니다.

김형선) 편의점에서 일할 때에도 공중화장실을 갈때도 그리고 귀가길 집에 갈 때조차 안전한 공간이 없는 현재에 우리 여성들이 살고 있습니다.

올해 전북여성영화제에서는 그래서 '여성들의 공간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 영화들을 상영하면 좋겠다는 의견이 모아졌습니다. 

개막작으로 선정한 '담요를 입은 사람'은 여성이 자기가 원하는 공간에서 주체적인 삶을 실천하는 진취적인 여성의 이야기여서 선정을 하게 됐습니다. 

주인공은 환경문제와 생태적 삶에 전혀 관심이 없지만 공짜로 먹여주고 재워준다는 말에 영국 시골의 친환경적 공동체를 찾아갔고 조금씩 자급자족 생계와 자연적 삶의 방식의 중요성을 깨닫는 이야기를 통해서 최근 심각해진 기후위기에서 조금 더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부분이 관람객들과 나눌 수 있는 거리를 많이 만들어 줄 것 같습니다. 

전북여성영화제엔 장편 영화부터 초단편 영화까지 다양한 구성을 포기하지 않고 있는데요, 그럴 수 있는 힘은 어디에서 찾으시나요? 

김형선) 양성평등 주간에 하는 하나의 행사이기는 하지만, 활동가 두명이 영화제를 준비하기에는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전국에 여성영화제를 주관하는 영화제들의 모임인 지역여성영화네워크에 함께 하면서 많은 것들을 배우면서 영화제를 꾸리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는 여성영화 모더레이터 교육을 진행했고, 그분들을 주축으로 집행위원회를 꾸려서 영화를 선정하고 영화제를 준비했습니다.

올해는 준비위원회를 꾸렸고, 전북지역에서 활동하는 강지이 감독님께서 프로그래머로 함께해 주고 계시면서 결국 협동 외엔 영화제를 이끌어갈 동력은 없다라는 점을 매년 배우고 있습니다.  

여전히 여성의 이야기는 주변부에 맴돌고 있는데 전북여성영화제를 찾는 관객들이 어떤 이야기를 건져 가길 바라실까요?

김형선) 우리 단체는 '지속가능한 성평등한 사회를 위해' 활동하고 있지만, 이 지속가능 한 성평등이라는 말이 너무 어렵습니다.

영화제를 찾아오는 다양한 관객들이 한편의 영화를 통해 많은 것을 얻어갈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이야기를 가져간다기보다 '어디에 있든 나는'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갈 것이다, 여성이라는 이름으로, 장애를 가지고 살아간다는 것으로,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여성,노인이라는,이유로 차별받지 않고 당당하게 살아가는 힘을 이 곳, 전북영화제에서 얻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상업 영화의 타성에 젖은 관객들이 우리가 놓치고 있던 메시지를 속삭이는 독립영화가 주는 즐거움을 알게 되면 더 좋을 것 같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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