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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뜬눈으로 밤샜어요" 고창 산불로 삶의 터전 잃은 주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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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뜬눈으로 밤샜어요" 고창 산불로 삶의 터전 잃은 주민들
  • 김동민 기자
  • 승인 2025.03.26 17: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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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어떻게 살야야 할지 막막해요"

26일 오전 11시께 찾은 정읍 구룡마을 회관에는 밖에서부터 이재민들의 흐느끼는 소리가 들려왔다. 거리에는 경찰들과 지자체에서 나온 직원들만이 눈에 띄었고, 마을 주민들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지난 25일 고창 야산에서 산불이 발생했다. 산불은 정읍까지 번졌고, 인근 마을 주민 35명은 인근 교회로 대피했다. 이날 오전 정읍 소성면 구룡마을 회관이 주민 대피소로 지정되면서, 마을 주민 12명만 남아 대피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금동마을은 불이 직접 발생한 지역은 아니지만, 불씨가 넘어와 삽시간에 확산하면서 피해가 컸다. 주민들이 지난밤 불이 다 꺼졌음에도 당시 화마를 생각하며, 여전히 무서움에 떨고 있었다. 

이재민 한복순(88)씨는 수십년의 걸쳐 마련한 보금자리가 화마에 의해 모두 타버려 망연자실해 있었다.

한 씨는 "오늘 오전 화마가 휩쓸고 간 집터를 찾아갔지만, 남은 것이라고는 다 타버린 가전 제품밖에 없어 상실감이 크다"며 울먹였다. 이어 "자식 도움 없이 악착같이 일군 삶의 터전인데, 다 타버려서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착잡하다"며 하소연했다.

같은 마을 주민 김경엽(80)씨는 화재 당시 잠깐 외출 중이었는데 불이 집까지 번졌다는 소식을 듣고 몸만 간신히 대피소로 피신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김 씨는 "뉴스에서나 보던 자연재해가 우리 마을에 발생하니 실감이 나질 않는다"며 "이웃 주민들이 생계를 잃어 가슴이 너무 아프다"고 허망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어 "어제는 경황이 없어 몸만 나왔는데, 귀중품과 복용약을 챙기지 못한 채 대피해 걱정이 크다"며 "지자체에서 하루 빨리 피해 지역을 복구해 주고 피해 주민의 대한 지원책을 마련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산불로 피해를 입었다는 소식을 듣고 대피소를 찾은 가족들도 있었다.

한 이재민의 가족은 "어제 소식을 듣고 어머니가 걱정돼 밤을 세우고 대피소로 찾아왔다"며 "대피소에 많은 기관들이 지원을 와줘서 도움을 주곤 있지만, 또 언제 무슨일이 벌어질지 몰라 어머니만 남겨두고 떠나기가 불안하다"고 토로했다.

고창 산불은 전날 2시 15분께 발생해 8시간 50여분만에 완진됐다. 이 불로 주택 등 건물 28동이 소실되고 임야(고창·정읍) 6.3㏊가 소실됐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당시 불은 강한 바람을 타고 인근 정읍시 소성면 야산과 주택 등으로 번졌다. 산림 당국과 소방 당국은 화재 신고 접수 이후 소방인력 등 462명과 헬기 5대 등 장비 47대를 투입해 진화에 나섰고, 불길이 커지자 고창과 정읍 소방서에 소방 대응 1단계를 내리기도 했다.

소방은 이날 합동감식을 진행했고, 최조 발화지점이 고창군 성내면 내 전봇대와 지하수 모터가 있는 대나무밭으로 추정하고 있다.
김동민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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