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 싸움, 학생에 피해주지 말아야
전북대학교가 의대생들의 집단휴학 신청을 모두 반려하기로 했다. 전북대 의대는 현재 신입생을 제외한 705명 중 654명(92%)의 휴학신청을 제출한 상태였다. 지난해 윤석열 정부의 의대 증원 발표 이후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나고, 의대생들의 동맹휴학을 했던 상황에서 조금도 변함이 없는 갈등상태에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포고령에서도 ‘전공의를 비롯하여 파업 중이거나 의료현장을 이탈한 모든 의료인은 48시간 내 본업에 복귀하여 충실히 근무하고, 위반 시는 계엄법에 의해 처단한다’라고 할 만큼 의료대란을 둘러싼 정부와 의료계의 대립은 강대강이었다. 비상계엄 이후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와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사상 초유의 현직 대통령 체포와 구속 등 너무 큰 이슈가 많아 뉴스 언저리에서 잠시 비켜났을 뿐 의료대란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이 상황에서 최근 정부가 내년 의대 신입생 모집 정원은 증원 이전 상태의 3058명으로 동결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다만, 이달 말까지 의대생들이 학교로 복귀하는 것이 전제 조건이다. 이에 대해 의료계 반응은 시큰둥하다. 전제 조건을 달지 말고 정부가 사과부터 하고, 의대 증원발표 이후 모든 정책을 되돌리라는 것이다. 하지만 여론은 의료계 반응에 대해 지나치다는 분위기다. 정부가 의대 정원을 원점으로 되돌리겠다는 것은 후퇴에 대한 명분을 달라는 것인데, 지금 의료계 반응은 전투에서 항복한 병사를 그냥 사살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는 것이다. 특히 아직 의료인이 아닌 의과대학생들이 볼모로 잡힌 전쟁이다. 초등학교부터 고교 3학년까지 12년의 학업 결과를 갈아 넣어 진학한 의대인데, 24학번 같은 경우 수업 한 번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자칫하면 2년이라는 시간을 그냥 날리게 생겼다.
의정갈등 상황에서 의대생들은 휴학을 하고, 전공의는 병원을 사직했다. 하지만 의료계라고 불리는 생태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개업의들은 병원을 그만두지 않았다. 결국 의대생과 전공의, 그리고 환자들만 볼모가 됐을 뿐이다.
전북대 양오봉 총장이 의대생 동맹휴학은 이제 안된다고 선언했다. 학교도 접수된 휴학신청을 모두 반려했다. 전북대의 행보는 의미가 크다. 양오봉 총장은 현재 의대가 있는 국립대와 사립대를 대표하는 '의대 선진화를 위한 총장협의회' 회장이면서 국내 모든 대학들이 회원으로 참여하는 대학교육협의회 회장이기 때문이다. 양 총장을 바라보는 다른 대학들도 비슷한 결정을 할 가능성이 크다. 도내에서는 원광대 의대도 현재 신입생 157명을 제외한 579명 가운데 478명(82.5%)이 동맹휴학을 신청한 상황이다. 지난해 한 번 의대생들을 구제하기 위해 총장들이 나서서 교육부를 설득해 휴학처리를 받아냈다. 그럼 이번에는 의대생들이 학교로 돌아와야 한다. 수업일수 4분의 1 선까지 등록도 휴학도 하지 못한다면 미등록 제적대상이 된다.
묵묵히 뒷바라지하면서 기다리는 부모들의 심정은 어떠할 것인지 되돌아봐야 한다. 낳고 키우면서 의대에 진학할 때까지 물심양면으로 지원한 의대생의 부모들은 아무런 말도 못한 채 벙어리 냉가슴 앓고 있다. 지난해 폭우가 내릴 때 급류에 휩쓸려 세상을 떠난 의대생도 동맹휴학이 아니었더라면 지금도 즐겁게 대학생활을 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신입생이었던 그 학생은 의대에 입학했지만, 수업 한 번 듣지 못한 채 세상과 등졌다. 의정갈등으로 어른들은 싸우더라도 대학생들은 이제 학교로 돌아갈 수 있게 해야 한다. 의료계도 어른스럽게 싸워주길 바란다.